하늘로 보내는 편지

여보~~

김순자 | 2011-09-07 17:06:59

조회수 : 6,416

서울 집을 깨끗하게 구석구석 치우고 정리하고 오길 역시 잘했나봐요.
부동산에서 전화가 왔는데 전세로 들어 오려는 사람이 있다며 계약을 하자고 하네요.
서울 지금 우리집에서 아들과 며느리에 신혼집을 꾸며도 나무랄 데는 없는데
둘이 살기에는 집이 너무 크고 그곳에서 안산으로 출근하기가 너무 힘들겠다는
아들의 말을 듣고 전세든 매매든 빨리 나가게 하려면 집을 손질해야겠기에
방학 내내 수고하며 애쓴 보람이 있어 11월 초에 집을 비워 주기로 계약을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안산에 아들이 살고 싶어하는 아파트에 전세가 나오지 않아
아직 집을 구하지 못한 상태에 있습니다.

이 집을 팔려고 생각했을 때 당신이 이 집을 처분하고 싶으면
매매가 될것이라고 믿으며 지금까지 왔는데 매매보다는 전세가 더 빨리
나가는걸 보면서 당신은 이집을 처분하고 싶지 않은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처음 45평집을 장만했을 때 뿌듯해 하며 좋아하던 당신의 모습이 떠 오릅니다.
베란다에서 멀리 보이는 북한산의 웅장한 모습과 밤이면 북악산에서 비치는
찬란한 경치가 밤야경이 멎진 홍콩이 부럽지 않다며 행복해하던 당신!
4~5월만 되면 뒷 산에 아카시아 나무에서 풍겨나오는 진한 아카기아 향내를 맡으며
늘 베란다에서 산을 바라 보며 서있던 당신의 모습이 참 많이 그립습니다.

지금은 아들도 직장근처인 안산 원룸으로 이사나갔고 딸도 직장가까운 구로구로 원룸을 얻어
나갔고 나까지 친정이고 고향인 강원도 원주로 내려와 직장을 다니고 있으니
그런 아름다운 집이 텅텅 비어 있게 되어 지금 생각하면 많이 아쉽습니다.

이제 아들만 결혼시키면 그곳에 갈 일이 없어 한참을 떠나 있어야 하는데
당신이 갖고 떠난 추억을 나도 갖고 떠나야 될 것 같습니다.

당분간 집이 구해지지 않으면 아들과 며느리는 지금 살고 있는 원룸에 살다가
집을 얻는데로 신혼 방을 꾸미고 예쁘게 살라고 말했습니다.
며느리는 집 걱정은 하지 않을거고 조금도 염려가 되지 않는다며
제 때에 집을 구하지 못하면  둘이 고생할까봐 염려하며 조바심내는 나를
오히려 안심을 시키며 편안해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어른인 내가 부끄러웠답니다.

안산에 있는 부동산에다 신신 당부를 해 놓고 우리 뜻에 맞는 전세가 나오면
제일 먼저 전화해 달라고 부탁을 해놓고 며느리 말대로 편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며느리 보고도 혼수는 침대 외에는 아무것도 해오지 않아도 될거라고 했습니다.
냉장고며 에어컨이며 김치 냉장고 세탁기 모두가 아직도 새것이고 성능에 문제가 없으니
그 물건들 모두를 그냥 다 가져가서 쓰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내 몸과 내 옷가지들 몇개만 챙겨서 친정 부모님 댁으로 들어가면 되니까요.
이제 아들은 아들 삶을 꾸리고 나는 이제 친정 부모님들과 내 삶을 꾸려 나가려고요.
언제 떠난다해도 나로 인한 불편함은 없도록 하나씩 준비를 하고 싶습니다.

감사한 것은 혼자서 내 자식들의 결혼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내 스스로도 믿기지 않을 만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당신은 곁에는 없지만 아직도 내 곁에서 모든 일들을 선두 지휘하며
나를 돕고 있다는 힘찬 자부심이 있기에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니
다시 더 당신이 함께 돌봄에 감사했습니다.

가끔!
집에서 당신 보듯 예쁘게 키우고 있는 사랑이가
아무런 인기척도 없는데 현관문을 보고 짓고 있는 모습을 보면
문득,
당신이 나를 보러 찾아온건 아닌가? 하고 현관문을 살짝 열며
보이지도 않는 당신을 맞이한 적이 있었답니다.
개들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귀신을 본다는 말을 들었기에
그렇게 짖을 때마다 늘~당신일 거라고 생각하며 기쁘게 맞이한답니다.
당신!
그렇게 여러 번 나를 찾아 왔었지요?
우리 강아지 사랑이를 보면서 당신의 혼이 우리 강아지에게 들어 왔을거라고 믿으며
얼마나 극진하게 사랑이를 챙기는지요....
또 강아지를 볼 때마다 얼마나 기쁘고 행복한지요....
이렇게 난 당신의 사랑을 늘~느끼며 살아가려고 현실에 충실하고 있습니다.
어여삐 봐 주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끝까지 돌봐 주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나를 기다리는 예쁜 당신 우리 사랑이에게 지금 갑니다.

내일은 아들 안산에 집이 나왔다는 기쁜 소식을 듣도록 힘써주세요.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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