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보내는 편지

여보~~

김순자 | 2011-09-06 15:51:04

조회수 : 6,605

9월도 벌써 5일이 지났네요.
짬짬이 시간을 내서 당신을 만나려고
마음 속으로는 늘 생각하곤 했는데 여러 가지 바쁜 일들이 많아
한달을 훌쩍 넘기고 당신을 보냈던 달을 맞이했어요.

7월 18일 방학을 하고 19일 서울에 올라가
당신과 내가 결혼하고 구석구석 치우지 못한 여러 가지들을
치우며 집안 정리를 혼자서 하느라고 25일이나 걸렸어요.
집안을 치우면서 당신 생각에 또 얼마나 마음이 울적했는지요....

정기가 결혼을 하게 되서 집을 안산에 준비해야 하는데
서울에 있는 우리집이 정리도 되있지 않고 몇군데 곰팡이 썬 곳들이 있기에
그런 곳들 색칠도 하고 필요 없는 것들은 철거도 하면서 정리 하느라
당신 물건과 내 물건들을 거의 버렸어요.
당신 물건을 치우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나중에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내가 치워 주는 것이 좋겠다 생각해서 치우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당신이 그렇게 좋아하고 잘해서 상으로 탔던 테니스 트로피를 치울 때는
나에게 성의를 다해 테니스를 가르쳐 주던 당신의 자상함을 느끼며 또 많이 아쉬워했지요.

뿐만 아니라 당신의 흔적들이 남아 있던 서럽장들의 물건들을
가지런히 정리하면서
 '당신처럼 이 물건을 즐거이 사용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생각했는데 아무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치우니 나도 당신도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닌듯 떠난듯한 느낌을 받아 한편으론
맘이 정리되고 주변이 정리되어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긴 했답니다.

당신것과 내것!
이제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답니다.
오로지 당신은 물건으로서가 아니라 관심과 사랑으로 그리고 추억으로
내 마음속에 지금도 살아 있기에 당신의 물건을 치우면서 오히려 홀가분했답니다.

다 치우고 안방과 건넌 방을 비우고 문간방으로 내물건을 옮기니
이제 언제 떠나도 걱정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마음이 깨끗하게 정리 되어
행복한 마음이 들었답니다.
이제 혼수가 안방으로 들어와 아들과 며느리가 행복한 신혼을 꿈꿀걸 생각하니
안방을 내어주고도 참 행복한 마음이 된걸 고마워했습니다.

아들과 딸 며느리 사위감이 다 치워진 집에 들러 깨끗해진 집다운 집을 보면서
즐거워 하는 모습과 고생한 엄마의 노고를 알아주며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니
치우다 쓰러질까 걱정했던 아픔들이 말끔히 씻어지며 잘했다는 생각으로
나 스스로에게도 칭찬과 격려를 보내며 당신도 칭찬하며 좋아했을걸 생각하며
뿌듯했습니다. 

그리고 8월 15일!
당신과 함께라면 결혼 31주년을 맞이하는 결혼 기념일!
8월 13일까지 커텐을 빨고 달며 구석구석 락스로 청소하며 도우미 아줌마랑 함께 끝내니
아들과 며느리 곧이어 딸과 사위가 들어와 혼자이긴 하지만 기념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
집에 들렸기에 모두 다같이 송추에 있는 가마골이라는 유명한 갈비집에가
좋은 시간을 보내니 당신에게 더없이 미안한 생각이 들었답니다.

아들이 첫 월급을 타고 엄마 결혼 기념일도 되어 외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저녁을 맛있는걸로 사주겠다고 하여 14일엔 친정부모님을 고속버스에서 만나 모시고와
다음날 15일에 서울에 있는 막내 이모네와 저녁을 먹으니 당신의 빈자리가
또 크게 느껴져 마음이 쓸쓸했습니다.
나의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막내 이모와 제부는
 "언니 너무 형부한테 미안해 하지 마요 언니는 형부 살아계실 때 그 어떤 아내 보다 형부 하고 싶은것 다하게 해주었고 또 최선을 다했어 그러니 형부도 언니 조금도 탓하지 않을거야 그러니 힘내!"
하며 위로하는 말에 다시 용기를 냈고 이제 앞으로 있을 아들과 딸의 결혼 준비에
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당신이 떠난지 3년이 되었어요.
천국에서는 30년이나 지났다면서요?
그래서 이승에 있는 가족들 벌써 잊었을거라며 나도 잊으라고 하는
친구들의 말을 생각하면서 가족들의 행복한 일들만 계획하고 생각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려고 해요.

8월 한달은 그렇게 신혼방을 꾸미며 행복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냈어요.

이제 9월은 당신이 떠난 달이지만 아들의 결혼 준비로 시간을 보내려고해요.
때때마다 함께 해줘요.
늘 지켜주고 있는 당신 정말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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