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서울을 떠나 강원도로 내려와 지낸지가 이제 한달이 되었어요.
엊그제 7월 2일은 학교 개교기념일이라 학교를 쉬어 오랜만에
서울을 올라 갔어요.
텅텅 비어 있는 집에 아들도, 딸도 모두 이사 나가고 없는 집에 올라 가려고 하니
예전처럼 집을 그리며 찾아가던 마음은 아니듯 웬지 설렁하고 어설펐습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늘 반겨 주던 당신의 사진도 원주 내려갈 때
내 품에 꼭 안고 가서인지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텅빈 집을 들어서니
나와 함께 서울울 올라온 강아지 사랑이만 이방, 저방 다니며
보고싶은 사람들의 냄새들을 맡으며 뛰어 다녔어요.
그런 강아지를 보니 더욱더 집이 어설퍼 지더라구요.
어서 집이 어떻게든 정리가 되어 이런 기분을 느끼지 않았으면 하는데
당신이 도와 줘요.
아들 회사가 사무실을 옮겨 개업식을 마치고 토요일 오후나 서울에 올수 있다는
연락을 받고 그동안 아들과 딸이 이사한 뒤 정리도 못하고 내려간
폭탄 맞은듯 정신 없는 각 방과 거실 부엌을 정리하며 또 많이 버렸어요.
당신이 학교에 몸담고 있었던 학교에서 만들어준 사진과 하늘로의 편지기
적혀있던 것을 딸 방에 붙여 놓았었는데 와보니 그냥 덩그라니
혼자만 있는듯 해 정리해서 치웠어요. 기분이 참 묘했어요.
아직도 당신의 사용 물건들과 모아 두었던 물건들이 많아
이번에 정리할 때 다시 또 한 번 마음이 울적해질것 같아 미리부터 걱정이 되네요.
주일 오후엔 아들과 아들 여친과 예식장을 보러 다녔다가
맘에 드는 곳을 만나 계약을 했어요.
나나 사돈네나 모두가 서울에 살다가 원주로 사업과 직장을 옮기는 바람에
축하하객도 그리 많지 않을것 같고 대게가 원주나 춘천 태능 쪽이 될것 같아 천호동에다
예식장을 정했어요. 며느리와 내가 맘에 들어 다른 곳은 가보지도 않고 결정했어요.
아들이 " 이렇게 모든 일들을 쉽게 척척 결정하는 집은 아마도 우리집 뿐일걸...."
하면서 의견 충돌 없이 잘 결정한 것을 보고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며
저도 지금 이순간들이 꿈을 꾸듯 행복하고 뿌듯하답니다.
당신 닮아서인지 아들이 복이 참 많은가 봐요.
아들이 취직했다고 나보다도 안사돈이 더좋아하며 아들에게
필요한 물건, 갖고 싶은것 사라고 많은 금일봉을 주었다며
무엇을 살지 고민하며 좋아하는 아들을 보며 참 고마웠답니다.
상견례자리에서
"아빠가 계시지 않아 나름 허전하고 어려움이 많을 아들이니 두 사돈께서 아들을
자식처럼 잘 보살펴 주시고 예뻐해 주세요"
라고 말씀 드렸는데 든든한 아빠의 몫을 잘해주시는 바깥 사돈이 너무 고마웠답니다.
당신은 하늘에서 시공을 초월하며 아들을 도와줄 것이고 이제 세상에서는 둘의 인연으로 맺여진
아름다운 관계로 아들을 잘 보살펴 주는 분들이 늘었으니 어미인 난 고맙고
행복할 수 밖에 없답니다. 앞으로도 이런 좋은 날이 계속 되도록
늘 기도하며 겸손하게 주위를 돌보며 그렇게 살아갈거예요.
여보~~
요사인 학교 출근할 때마다 당신 생각이 부쩍 많이 난답니다.
오래전 아들이 두살일 때 군인 아파트 잔디에서 아들과 당신이 함께 잔디밭에서
뒹굴며 놀고, 재미있어 하던 모습들이 차를 타고 그 길을 출근할 때마다 떠올라
그리움에 미소를 지며 당신 생각으로 하루를 시작한답니다.
나이가 들면 추억을 먹으며 산다는 말이 맞는가 봅니다.
시도 때도 없이 당신을 부르며 맑고 밝았던 환한 당신의 미소를 떠올리며
지금도 그때와 같은 모습으로 지켜볼 당신을 생각하면 나도 당신의 그모습처럼
곱게, 순수하고 늙어가야 되는데......
하는 생각을 합니다.
여보~~
원주로 내려와 제일 먼저 상견례를 하고 친정 아버님의 교회 목사님을
초청해 아름다운 식사를 했어요.
이제는 교회도 친정아버님이 장로로 계시는 이곳에 적을 두고 예쁜 신앙생활을 하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아주 분위기 좋은 곳에서 우리 사정을 말씀 드리고 이제 이곳에서 친정 부모님과 함께
남은 여생을 보낼거라고 말씀 드리니 목사님께서도, 친정부모님께서도 모두
너무 좋아하셨어요.
그런 모습들을 보니 내 마음도 안정이 되고 행복해졌어요.
이제 그동안의 긴 방황들은 마무리 하고 내가 지금 이렇게 여유롭게 살 수 있도록
기초를 마련하게해준 원주 우산감리교회에 열심히 봉사하며 헌신 할려고 해요.
우리의 기초가 우산 감리교회의 옛 건물 땅을 산것과,
친정아버님의 연금을 나에게 주신 것이 기초가 되어 지금 이렇게 당신 없어도
여유롭게 살 수 있게 된 것을 당신도 잘알고 있을거예요.
이제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친정부모님과 남은 여생을 같이 살면서 우리 교회에 봉사하는것
그것이 남은 내가 이세상을 살면서 마지막으로 받을 복인걸 확신하면서
나 그렇게 살거에요. 당신도 인정하고 도와주었으면 해요.
여보~~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는 시간이예요.
당신께 이런 저런 이야기 하다 보면 시간이 언제 지나는지 모르겠어요.
당신께 이런 저런 얘기할 수 있는 이공간이 있어 외로움을 잊을 수 있어요.
고마운 곳이지요.
당신은 하늘나라에서 어찌 지내는지요?
언제나 여자들에게 인기 많았던 당신이라 지금도 당신 둘레엔
두 어머님을 비롯한 좋은 여자들이 많이 있겠죠?
다 좋은데 내가 이세상에 있는 동안만이예요.
내가 당신 곁에 가면 그땐 안돼요. ㅎ ㅎ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