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보내는 편지

삭제하는 삶!

김순자 | 2011-06-01 16:28:54

조회수 : 7,275

여보~~
2년 8개월 전에 떠난 당신을 보내고
난 매일 하루 하루를 추억을 제외한 모든 것들은
삭제하며 살아갑니다.

오늘도 쏟아지는 메일을 삭제하고
학교에서 쉴사이 없이 쏟아지는 공해 같은 메세지들을
하나씩 처리하며 삭제를 하고 삽니다.

당신의 떠남을 보면서
남겨 놓을 것은 아름다운 추억 외에는 그 어떤
물건도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학교에서 귀하다고 집에 가져 왔던 모든 물건들!
당신이 가꾸고 당신이 떠난 뒤에 하나씩 죽어 가던 식물들!
늙어서 사용할 것이라면서 모아 두었던 물건들 하나하나가
당신이 떠난 뒤 정리하고 치우느라 참 많은 시간들을 보내게 되었고
또 치울 때마다 생각나는 것들로 내가 참 많은 아픔들을 겪었답니다.
그리고 아직도 정리하지 못하고 깆고 있는 물건들로 마음이 어수선 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난,
내 자식들에게 추억 외에는 그 어떤 물건들도 남겨 놓지 않으려고
매일매일 하나씩 치우고, 버리고 내 삶을 정리하며 살아 가고 있답니다.
내가 이세상을 떠나가는 날 내 아들과 딸들이 엄마의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힘들어 하고 버릴 수 없어 안타까워 할까 봐 난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
다 버리고 정리할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일주일이면 수없이 많이 쌓이는 핸드폰의 수신, 발신 문자들이랑
일주일 동안 수없이 많은 사람들과 걸고 받게 된 전화번호 등을
새롭게 시작되는 주일날 아침 '모두삭제' 를 누르며 지우고
새로운 한주를 맞이하는 없던 습관이 생겼답니다.

이제 딸은 따로 방을 내서 이사 내보냈고
아들만 따로 방을 구해 이사 내보내면
난, 내 한몸과 입을 옷가지들만 들고
고향으로 내려가 친정부모님과 한집에서
작은 방 한 칸 쓰면서 조촐하게 그렇게 살다
미련 없이 당신이 있는 하늘나라로 가려고 합니다.

아주 홀가분하게.......

당신 떠날 때 보니 아무것도 손에 든것 없이
빈 손으로 떠나는걸 보면서 '삭제'라는 단어를 사랑하게 되었답니다.

떠날 때 아름다운 추억만 생각하다 환하게 미소 지으며
그렇게 떠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하려 합니다.

당신 만나
 "역시 우리 아내야! 수고했어 여보~~"
그 한마디를 생각하며 열심히 산 오늘을 삭제합니다.

5교시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 모두가 집으로 돌아간 텅~빈 교실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6월을 맞이하며 당신의 꼬마가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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